대법원, ‘최소 수용면적’ 기준제시 5년째 ‘미적미적’
고질적인 교정시설 과밀화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대법원은 기본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최소 수용면적’은 물론 국가의 배상책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5년째 미루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과밀수용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심 법원이 제각기 다른 결론을 내놓고 있어 대법원이 하루빨리 통일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가 법적으로 본격적인 문제가 되기시작한 것은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다.
헌재,
2016년 ‘과밀수용 위헌 결정’으로
문제 부각
헌재는 당시 수용자 A씨가 “구치소 내 수용실 면적이 너무 좁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3헌마142)에서 구치소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이 1㎡ 남짓인 0.3평에 불과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박한철 소장과 김이수·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0.78평) 이상의 수용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며 “5~7년 이내에 이런 기준을 충족하도록 교정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과밀수용 문제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수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1인당 2㎡ 미달이면 국가배상 인정”
판결
부산고법은 2017년 8월 교정시설 수용자 B씨 등이 “과밀수용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나50975)에서 “성인 남성의 신체조건 등을 고려할 때 교정시설 수용 면적이 수용자 1인당 2㎡에 미달한다면 수인한도를 초과해 위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B씨 등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수용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부부 즉시 상고에 대법원 지금까지
결론 못 내려
과밀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의 기준을 수용자 1인당 2㎡ 미만으로 처음 제시한 부산고법 판결 이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졌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하급심에서는 제각기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용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도 있지만, 수용면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거나 국가에 수용자들이 주장하는 면적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자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최소 수용면적에 대한 명시적인 근거법령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정시설 수용자의 수용구분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하고 있는 ‘수용구분 및 이송·기록 등에 관한 지침’ 제82조 1항 2호는 혼거실의 수용정원 산정기준을 2.58㎡당 1명으로 정해두고는 있지만, 이는 행정조직 내부에서의 통일적 사무처리를 위한 지침일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교정시설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데다 수용자 인권 보호를 위해 최소 수용면적 등에 대한 개선 입법은 물론 대법원의 신속한 통일적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 2심 법원은
통일된 기준 없어 제각기 다른 결론
한 로펌 변호사는 “수용자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과 기본권은 보장돼야 교정행정의 목적인 재사회화 등도 가능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대법원이 하루빨리 최종 판단을 내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5년째 판단을 미루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도 문제”라며 “헌재 결정이 나온 지 6년이나 지났는데도 개선 입법은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교정시설 확충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은 파급효가 크기 때문에 교정시설 관련 문제를 비롯해 사회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의미를 따져 볼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으로도 납득 가능한 판결을 위해서는 신중한 심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출처 : 인터넷 법률신문 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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